건국대병원 비뇨의학과 김아람 교수, 국내 최초 클리닉 개설
“소변 제대로 보는 게 소원이라는 말에 클리닉 열기로”
“척수손상 환자들, 배뇨 문제로 고생하지만 치료 안받아”
신경인성방광 환자 최소 56만명이지만 클리닉은 한 곳뿐
환자 1명당 30분씩 진료하나 3분 진료하나 수가는 동일

건국대병원 비뇨의학과 김아람 교수는 국내 최초로 신경인성 방광만 진료하는 클리닉을 개설했다.
건국대병원 비뇨의학과 김아람 교수는 국내 최초로 신경인성 방광만 진료하는 클리닉을 개설했다.

“척수 손상으로 걷지 못하는 환자가 ‘제 진짜 소원은 걷는 게 아니라 소변 한 번 제대로 보는 것’이라고 하는 말을 듣는 순간 머리를 망치로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건국대병원 비뇨의학과 김아람 교수가 국내 최초로 신경인성 방광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클리닉을 열게 된 계기다. 김 교수는 몇 년 전 한 심포지엄에 참석했다가 연단에 선 척수 손상 환자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비뇨의학과 전문의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척수 손상 환자가 ‘소변 한 번 제대로 보는 게 소원’이라고 한 이유는 신경인성 방광 질환 때문이다. 신경인성 방광은 신경계 이상으로 방광이나 배뇨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이다. 척수 손상뿐만 아니라 파킨슨병, 뇌졸중, 허혈성이나 출혈성 뇌병변, 치매, 뇌성마비, 다발성경화증, 다계통위축증 등을 앓는 환자들은 대부분 신경인성 방광 질환을 동반한다.

하지만 이를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인식하는 환자들은 많지 않다. 특히 척수 손상 환자들은 눈앞에 닥친 더 큰 시련으로 인해 배뇨 이상을 인지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요로감염 등이 악화되기도 한다. 뜻하지 않게 ‘실수’할 수 있어 외출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 6월 발표한 건강보험 진료 현황 자료에 따르면 신경인성 방광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2015년 37만1,584명에서 2019년 56만3,909명으로 5년 동안 51.8%나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11.0%다.

이는 신경인성 방광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들이다. 김 교수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숨어 있는 환자’들도 많다고 했다. 본인에게 배뇨 장애가 생겼고 이를 치료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비뇨의학과 전문의들에게도 신경인성 방광은 ‘소외된 질환’이다. 김 교수는 “신경인성 방광 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뒤 자문을 구하고 외국 사례도 찾아봤다”며 “척수 손상 환자도 신경인성 방광이 치료받아야 하는 질환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충격이었다”고 했다.

김 교수는 결심을 행동으로 옮겼다. 기존 외래 진료 시간을 줄일 수 없어서 추가로 시간을 내 지난해 5월 6일 ‘신경인성 방광 클리닉’을 개설했다. 그리고 환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자 지방에서도 환자가 찾아왔다.

하지만 매주 수요일 오후 열리는 클리닉에서 김 교수가 볼 수 있는 환자는 최대 12명이었다. 환자 1명당 최소 30분은 진료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래 진료한다고 해서 수가를 더 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병원 입장에서는 ‘손해’다. 신경인성 방광 클리닉을 운영하는 병원이 국내에서는 한 곳뿐인 이유이기도 하다.

김 교수의 열의는 진료에만 머물지 않았다. 방광 내 소변이 얼마나 찼는지, 얼마나 배출됐는지를 알지 못하는 환자들을 위해 단국대 김세환 교수와 함께 하복부에 붙이는 패치를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

그의 관심 분야가 신경인성 방광 질환에만 국한돼 있지는 않다. 방광암을 예방하고 재발률을 낮추는 방법에 대한 메타분석 연구를 수행해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 2021 추계학술대회'에서 임상의학 부문 학술상과 젊은연구자우수연구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최근에는 한 언론사가 선정한 ‘차세대 리더 100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건국대병원 비뇨의학과 김아람 교수는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척수 손상 환자들이 겪는 배뇨 문제와 국내 최초로 '신경인성 방광 클리닉'을 개설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사진제공: 건국대병원).
건국대병원 비뇨의학과 김아람 교수는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척수 손상 환자들이 겪는 배뇨 문제와 국내 최초로 '신경인성 방광 클리닉'을 개설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사진제공: 건국대병원).

- 척수 손상 환자들이 배뇨 문제 때문에 고생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척수 손상 환자들 중에는 젊은 나이에 사고를 당한 경우가 많다. 건강하던 사람이 어느 날 사고를 당해 휠체어 신세를 지는,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된다. 너무 큰 사고를 당하다보니 배뇨 문제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 병원에서는 소변줄(Foley catheter)을 차고 있지만 그 정도는 사소한 문제라고 생각하게 된다.

척수 손상 환자는 소변이 마렵다는 느낌이 없다. 보통 방광에 소변이 300~400cc 정도 차면 마려운 느낌이 든다. 하지만 척수 손상 환자는 1리터가 차도 느낌이 없다. 배출도 안된다. 계속 소변이 마려운 것 같지만 배출은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방광에는 저장과 배출 기능이 있는데 그 두 가지 기능이 다 안되는 것이다.

힘도 줘보고 아랫배를 두들겨도 보고 불규칙적으로 소변줄을 이용하기도 한다. 힘을 주거나 아랫배를 두드려서 소변이 조금 나올 수 있지만 이는 전체 양의 10% 밖에 안된다. 그래도 일단 소변이 나왔으니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10년, 20년을 지낸 환자들 중에는 요로감염이나 콩팥이 망가져서 사망하는 사례도 많다. 환자들은 항생제를 비타민 먹듯이 먹다 내성이 생기면 요로감염을 돌파할 길이 없어진다. 그렇게 되면 이미 늦었다.

- 배뇨 문제를 더 일찍 인지하고 진료를 받는 척수 손상 환자들은 없나.

척수 손상 환자는 사고에 대한 충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초기에는 재활에 관심이 쏠린다. 배뇨 문제의 중요성을 인지시켜줘야 하지만 그런 환경도 조성되지 못한다. 신경인성 방광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대부분 사고 난 지 5~6년 뒤에야 온다. 그리고 소변 문제 때문에 일상생활이 안된다고 하소연한다. 외출도 하고 직장도 다녀야 하는데 본인도 모르게 바지가 소변으로 젖는 일이 생긴다. 그렇게 되면 냄새도 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외출을 꺼리게 된다. 척수 손상 환자들이 사회로 복귀하려면 배뇨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신경인성 방광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인원이 56만명이 넘는다.

병원에 와서 진료를 받은 환자들이다.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배뇨 문제를 인지해도 갈 곳이 마땅치 않다.

- 비뇨의학과를 찾아가면 되는 것 아닌가.

비뇨의학과 내에서도 배뇨장애를 세부 전공한 전문의들이 진료하지만 신경인성 방광은 그 중에서도 특화된 분야로 전문가도 소수다. 신경인성 방광 자체가 다루기 어려운 질환이기도 하다. 다른 질환에 비해 환자가 많지 않다보니 이른바 ‘빅5병원’에 있는 대가들에게 환자들이 몰린다. 환자가 너무 많다보니 대기 시간은 길고 진료 시간은 짧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 건국대병원 신경인성 방광 클리닉은 환자 1명당 30분씩 진료하는데, 그 이유가 있나.

환자 개인 사정을 알지 못하면 치료를 할 수 없다. 그래서 환자 1명당 진료시간을 30분으로 잡았다. 척수 손상 환자는 자신이 직접 하루에 6번 이상 소변줄을 이용해 직접 소변을 빼내야 한다. 이를 자가도뇨라고 한다. 비장애인도 어려운 자가도뇨를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이 하기란 더 어렵다. 하지만 해야 한다.

- 환자들에게 자가도뇨를 해야 한다고 말하면 쉽게 납득하는가.

그렇지 않다. 주기적으로 자가도뇨를 해야 한다고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 클리닉을 열고 초창기에 환자에게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고소를 당해서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소변이 새지 않도록 조절하고 배출은 자가도뇨로 하도록 했지만 그 과정이 힘들었던 것 같다. 힘을 주면 소변이 나왔는데 그마저도 나오지 않게 됐다고 오해한 것이다. 경찰서에 가서 형사에게 신경인성 방광과 해당 환자의 상태에 대해 4시간 넘게 설명해야 했다.

- 자가도뇨 외 치료 방법은 없나.

환자의 상황에 따라 맞춤형 치료법을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척수 손상 정도에 따라 다르다. C-spine(경추) 손상 환자는 사지가 마비되기 때문에 소변줄을 24시간 차고 있다. 이럴 경우 카테터 주변에 균이 생기고 요로감염 조절이 어렵다. 항생제를 많이 써도 요로감염 조절이 잘 안된다. 이 때는 소변줄을 빼고 방광에 직접 연결한다. 손을 사용할 수 있는 환자는 약을 복용하면서 4~5시간마다 자가도뇨를 해주는 게 최고의 방법이다.

방광 확대술을 하기도 한다. 방광이 쪼그라들어서 소변이 100~200cc 밖에 저장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소장을 잘라서 덧대주는 수술을 한다. 올해 3월부터는 인공 요도 괄약근 수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되기도 했다.

- 어떤 상황일 때 약을 쓰는가.

소변이 마려운 느낌이 계속 이어지지만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조금씩 소변이 새서 기저귀를 차고 살 수밖에 없다. 방광을 안정시켜주는 항콜린제(anticholinergic) 같은 약물을 복용하면 마려운 느낌이 사라지고 새지도 않는다. 그리고 소변 배출은 4~5시간 마다 자가도뇨로 한다. 이게 가장 좋은 치료법이다.

- 자가도뇨를 해도 요로감염은 생기지 않나.

척수 손상 환자는 건강한 사람보다 요로감염 위험이 3~4배 높다. 주기적으로 자가도뇨도 해야 하고 자율신경계 균형이 깨지기도 했다. 척수 손상 환자의 요로감염을 어떻게 낮출 것인가가 연구주제이기도 하다. 자가도뇨를 하는 척수 손상 환자는 보통 사람보다 물을 더 많이 마셔야 한다. 배뇨 문제 때문에 본능적으로 물을 적게 마시는데 그렇게 되면 요로감염이 더 심해진다.

- 환자 스스로 익숙해지기까지 오래 걸릴 것 같다.

그래도 익숙해지면 외출을 할 수 있다. 자가도뇨로 지금 소변을 뺐으니 4~5시간은 괜찮다고 예측할 수 있기에 외출도 하고 일도 할 수 있다. 척수 손상을 입었더라도 일을 하면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나의 목표다. 그래서 환자가 오면 물 마시는 스케줄까지 짜준다. 아침에 일어나서 자기 전까지 자가도뇨를 몇 시에 하고 언제 물을 많이 마시면 좋은지 등을 알려준다.

- 척수 손상 환자만 신경인성 방광으로 고생하는가.

파킨슨병을 앓는 환자에게도 생긴다. 파킨슨병 환자는 ‘레스팅 트레머(Resting tremor)’ 등 손떨림으로 자가도뇨를 할 수 없다. 그래서 가족이 도와주는 경우가 많다. 또 야간뇨도 심하다. 그런데 야간뇨는 약으로 조절할 수 있다.

- 클리닉을 찾은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을 것 같다.

교과서에 나온대로 진료한 것이다. 환자와 소통하고 자가도뇨를 왜 해야 하는지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할 뿐이다. 배뇨 문제로 고생하는 신경인성 방광 환자들이 ‘그래도 갈 곳이 있구나’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신경인성 방광을 진료하는 클리닉이 더 늘어서 지역마다 생겼으면 한다.

- 신경인성 방광 클리닉이 생기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3분을 진료하든 30분을 진료하든 수가는 똑같다. 환자를 많이 봐야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에서는 클리닉까지 개설해서 신경인성 방광 질환을 다룰 이유가 없는 셈이다. 의사들에게 사명감과 ‘열정 페이’를 강요할 수도 없다. 그런 시대는 지나갔다. 정부가 수가나 제도로 지원해줘야 한다.

방광 내 소변량을 측정해서 알려주는 패치도 개발했지만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신경인성 방광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패치이지만 투자자들은 이 패치를 살만한 환자들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 바라는 게 있다면.

신경인성 방광 환자들이 방광이 딱딱하게 굳고 콩팥이 망가지기 전에 진료를 받았으면 한다. 그 강을 건너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꾸준히 치료하면 일도 하고 잠도 편안하게 잘 수 있다는 사실을 많은 환자들이 알았으면 한다. 신경인성 방광 환자들이 자신의 질환을 인지하고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으로 오도록 하는 게 현재의 내 역할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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