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상급종병, 코로나 중환자 병상 4%로 늘려야
“코로나19 아닌 다른 중환자 치료 공간 점점 줄어”
병상 확보해도 중환자 담당할 의료 인력 부족
“우리나라 병원은 ‘위드 코로나’ 불가능한 구조”

네 번째 병상 동원 행정명령을 받은 상급종합병원 등 의료 현장에서는 한숨부터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한 지 1년 9개월 동안 반복되는 병상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본적인 개선 노력 없이 땜질식 처방으로 “가장 쉬운 방법을 선택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5일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등 대상으로 병상을 추가로 마련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번 행정명령으로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22개소는 기존 전체 병상의 1.5%이던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최대 4%로 확대해야 한다. 코로나19 치료병상을 운영하지 않고 있던 200~299병상 병상 61개소도 허가 병상의 5%를 코로나19 환자용으로 확보해야 한다.

기존에도 많은 환자들이 몰려 병상 가동률이 높았던 상급종합병원들은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확대로 인해 비(非)코로나19인 중환자 진료 공백을 우려했다. 또 중환자 병상을 추가로 확보하더라도 운영할 수 있는 인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고려대안암병원 감염내과 김선빈 교수는 이날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상급종합병원에는 다른 중환자들도 많이 입원하기 때문에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계속 확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학병원을 비롯한 상급종합병원은 코로나19 환자만 볼 수 없다. 응급실로 생명을 다투는 패혈성 쇼크 환자 등이 많이 오며 중환자실로 입원한다”며 “겨울철이 되면 중환자실에 입원해야 하는 심근경색 등 심혈관계 질환자들도 늘어날 것이다. 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나 암 환자 등도 많다. 이런 환자들을 상급종합병원에서 모두 수용하고 있기에 코로나19 환자를 위해 병상을 한도 없이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병상을 마련한다고 해도 인력 배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우리나라 중환자실의 구조적인 한계도 지적했다. 미국 등 선진국은 중환자실이 모두 1인실이지만 우리나라 중환자실은 다인실이 기본이다.

김 교수는 “신축하는 병원들은 중환자실을 1인실로 설계하지만 기존 병원의 중환자실은 거리두기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환기나 공조도 중요하다. 최적의 중환자실은 환자별로 분리해서 들어갈 수 있는 1인실 구조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왼쪽부터 고려대안암병원 감염내과 김선빈 교수,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서지영 교수,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외상외과 홍석경 교수(출처: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와 대한의사협회 유튜브 채널 'KMATV' 화면 캡쳐).
왼쪽부터 고려대안암병원 감염내과 김선빈 교수,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서지영 교수,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외상외과 홍석경 교수(출처: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와 대한의사협회 유튜브 채널 'KMATV' 화면 캡쳐).

“우리나라 병원은 ‘위드 코로나’할 수 없는 구조”

중환자실을 담당하는 의료진은 정부가 의료 현실을 무시한 채 행정명령만 반복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회 서지영 교수는 대한의사협회 유튜브 채널 ‘KMATV’를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한 간담회에서 “다른 병원에 비해 인력과 시설에 여유가 있는 상급종합병원 중심으로 코로나19 중환자를 담당하게 하는 게 정부의 유일한 대책인 것 같다”며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이라는 ‘네임벨류(name value)’와 수가를 이용해 병원을 움직이는 방법을 택했다”고 꼬집었다.

서 교수는 “한정된 자원으로 코로나19 중환자를 많이 보면 그 병원은 기존에 하던 다른 의료행위를 줄이는 게 당연하다”며 “정부는 그런 얘기를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얘기하지 않은 채 (행정명령을 내리고) 뒷감당은 병원이 알아서 하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서 교수는 “우리나라 중환자실은 선진국에 비해 공간적인 문제도 있지만 특히 인력 부분이 굉장히 열악한 상태다. 호주 중환자실에서는 전담 전문의가 24시간 중환자를 봐야 하고 간호사 1명이 보는 환자가 많아야 2명”이라며 “우리나라 병원은 구조적으로 위드 코로나를 할 수 없다. 절대로 안된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외상외과 홍석경 교수는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위드 코로나가 시작된 것이 아니다. 이미 숨이 턱까지 차 있는 상태에서 코로나19 환자 증가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해서 걱정”이라며 “정부는 하루 확진자 수 1만명까지 보고 있지만 이번에 확대하는 병상 수로도 감당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더 문제는 비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공간이 점점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보통 일반 병상의 10% 정도를 중환자 병상으로 마련해 사용하지만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빈 병상이 거의 없을 정도로 평상시에도 중환자나 수술 후 관찰해야 하는 환자들로 찬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기존에도 입원할 중환자 병상이 없어서 찾아다니다가 환자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가 더 늘어날 수 있다”며 “현재 모든 관심이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집중돼 있지만 의료진의 눈에는 병원에 오는 모든 환자가 중요하다”고 했다.

홍 교수는 “코로나19 1차 유행 이후 대한중환자의학회는 꾸준히 중환자 발생 추이에 따라 대책을 세울 수 있는 ‘중환자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지적해 왔다”며 “코로나19와 비코로나19 환자 진료를 공생할 수 있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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