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 적용방식 2019년 ‘전액 비포괄’로 이미 변경
신포괄수가제 참여 의료기관 청구 ‘뒤죽박죽’되면서 형평 논란
심평원 “2019년 제도개선 이뤄진 당시 대처 아쉬움 남아”

내년부터 일부 항암제들이 신포괄수가에서 제외되는 방안이 추진되자 암 환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2022년 적용 신포괄수가제 관련 변경사항 사전안내’를 통해 시범사업 참여기관에 희귀 및 중증질환 등에 사용돼 남용여지가 없는 항목 등을 ‘전액 비포괄 대상 항목’으로 결정했다고 알리자, 그 동안 5%의 본인부담금을 내고 치료를 받아 온 환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실손 의료보험이 없는 저소득층 암 환자들은 “생존권과 생명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제도변경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심평원이 전액 비포괄로 결정한 항목은 ▲희귀의약품 ▲2군 항암제 및 기타약제 ▲사전승인약제 ▲초고가 약제 및 치료재료 ▲일부 선별급여 치료재료 등이다.

오는 2022년 1월 1일부터 이 같은 해당 약제·치료재료가 전액 비포괄 항목으로 전환되면 본인부담금 산정방법이 변경돼 행위별수가제와 동일하게 적용되므로 환자들의 치료비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로 치료받아 온 유방암 환자는 지금까지 본인부담금 5%를 적용받아 30만원 정도 냈다면, 내년부터는 전액본인부담으로 변경됨에 따라 약 600만원을 약값으로 부담해야 한다.

신포괄수가제 발목 잡은 ‘지불 정확성’

심평원이 일부 항암제들을 신포괄수가에서 제외하게 하게 된 이유는 그간 지속적으로 의료계로부터 불만으로 제기돼 온 ‘지불 정확성’ 때문이다. 2군 항암제의 경우 시범사업 참여기관 중에서도 일부에서만 치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체 입원환자가 아닌 일부 암 환자에게만 적용돼 ‘환자 간’ 또 ‘의료기관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

우선 신포괄수가제의 도입 배경부터 자세히 들여다보면, 신포괄수가제는 환자의 입원 기간에 발생한 입원료와 처치료, 검사료, 약제비 등을 미리 포괄수가에 포함해 정해진 금액대로 지불하고, 의사의 수술이나 시술 등은 행위별 수가로 별도 보상하는 복합 수가제도다.

7개 질병군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포괄수가제가 과소 진료에 따른 의료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는 지적에 따라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 2009년 시범사업으로 도입됐다.

당초 신포괄수가제는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에서 20개 질병군을 대상으로 시작됐지만 현재 567개 질병군까지 확대 시행되고 있으며, 시범사업 참여 의료기관도 공공에서 민간으로 범위를 넓혀 98개 기관 3만6,000병상에 적용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19년 신포괄수가제에 4대 중증질환인 암, 뇌, 심장, 희귀난치성질환 등과 같이 복잡한 질환까지 포함돼 더 많은 입원환자에게 혜택을 제공하게 됐다. 이에 고가 약제더라도 ‘급여기준’이 있는 경우 포괄수가로 묶여 건강보험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되면서 저소득층 암 환자들에게 치료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신포괄수가제 병상확보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공공에서 민간으로 대상기관이 확대됨에 따라 ‘지불 정확성’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제도 시행 초기 수가개발 당시 2군 항암제 등 고가 약제의 경우 매우 소수의 환자만 사용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2018년부터 민간병원이 참여하고 2020년 대폭 병상이 확대되면서 고가약 사용이 크게 늘었고, 일부 병원들의 부담도 커졌기 때문이다.

심평원 포괄수가실 관계자는 “포괄수가는 묶음 수가다. 평균 진료비 개념으로 수가를 만든다. 2군 항암제 등을 쓰는 참여기관이 많지 않다. 아주 일부 환자들이 사용하는데 포괄수가에 묶여 있으니 해당 약제를 쓰지 않는 모든 환자들이 그 약 값이 지불된 진료비를 지불하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초기 수가 개발 당시 (2군 항암제의 경우) 빈도가 매우 적어 소수만 반영됐는데 약을 쓰는 환자 수가 많아지면서 그 비용이 수가에 반영돼야 하는데 2년 마다 수가 개정이 이뤄지면서 제 때 반영이 안 되다보니 그 기간 동안 병원들은 치료를 할수록 손해를 봐야 했다”고 했다.

이에 심평원은 신포괄수가제의 ‘지불 정확성’을 제고하기 위해 지난 2019년 신포괄수가제 전반에 대한 모형 개선 연구를 시행하는 등 정책개선을 추진했다. 이를 토대로 약제·치료재료의 ‘포괄·비포괄 모형’을 개선했다.

이를 반영해 2019년 당시 2군 면역항암제 등 위험분담약제로 포함된 약제들을 전액 비포괄로 전환했고, 최근 고지한 전액 비포괄 항목들도 지난 2019년부터 올해 사이 들어온 위험분담약제들로 이 같은 제도개선의 연장선상에 있다.

하지만 의료기관의 청구방식은 바뀌지 않았다. 신포괄수가 적용방식이 전액 비포괄로 변경되면 본인부담금 산정방식도 행위별수가제 급여기준에 따라 일부부담부터 선별급여, 전액본인부담까지 달라져야 하지만 지금껏 전혀 반영되지 않았던 것이다.

2019년 이후 2년여 기간 동안 시범사업 참여기관에서 2군 항암제로 치료 받아 온 환자들의 다수가 본인부담금 5%를 부담해 온 것으로 올해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심평원은 제도 개선 사항을 시범사업 참여기관에 공지했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의료기관 간 ‘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심평원이 이 같은 문제를 감지한 것도 최근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전액 비포괄이라고 의료기관에 공지했고, 의료기관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며 “그런데 본인부담률 적용에 있어서 약간의 ‘갭’이 존재했던 것 같다. 대원칙은 ‘전액 비포괄’은 행위별 청구방법을 따른다. 그러니 당연히 급여기준에서 정하는 본인부담률을 따를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료기관들은 (심평원이 공지할 때) 전액본인부담금 항목에 예를 명시하지 않아 기존대로 5%를 적용했다고 한다”며 “내부에서 확인해본 결과 입원일수에 따라 정상군에 포함된 환자에게는 본인부담금을 5% 받았고, 정상 입원일수를 초과한 상단열외군의 경우는 100%를 받았다고 한다. 무조건 본인부담률을 5% 적용한 건 아니고 입원일수에 따라 다르게 적용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사후 모니터링을 통해 행위별 관련된 건 급여 기준에 적합한지, 적응증 여부에 부합하는지 등은 확인했지만 포괄로 묶여 들어오다 보니 건건이 확인을 하지는 못했다”며 “2018년 민간 의료기관들이 신포괄수가제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2020년 병상이 많이 확대됐는데 2019년부터 제도가 개선됐으니 그 때 조금 더 챙겼다면 이렇게까지 논란이 일지 않았을 텐데 당시 챙기지 못한 아쉬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도 했다.

환자단체 대표 “심평원의 운영 실책”

심평원은 국회 서면질의 답변에 밝힌 대로 내년 1월 1일 제도변경이 적용되기 전까지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 참여기관에서 치료 받고 있는 환자들의 경우 지금과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예외규정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기존 2군 항암제로 치료 받고 있는 환자를 파악해 치료 지속 기간 등을 논의하고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급여 기준에 따라 본인부담금을 일부 부담하는 환자도 있고, 선별급여로 적용되거나 전액본인부담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에 따라 환자들이 신포괄수가로 청구할 때 제출해야 하는 자료를 안내하기 위해 요양기관에 자료를 요청해 파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심평원을 향한 질타도 이어지고 있다.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기관으로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한 환자단체 대표는 “급여 삭감하는 것 만큼 모니터링을 잘 했다면 오늘의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는 심평원의 운영 실책”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이 현재 2군 항암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이 피해보지 않는 선에서 방안을 마련해 보겠다고 했지만 그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도 의문”이라며 “지금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에 한해 혜택을 제공한다면 신규 환자들의 반발도 분명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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