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시설 갖춘 ‘새 병원’에서 길을 잃는 환자들
김현정 교수 필두로 서비스디자인 적용해 ‘길을 찾다’
서비스디자인으로 헬스케어센터 검진 차별화

세종충남대병원 김현정 헬스케어센터장(피부과)은 온라인으로 진행된 대한병원협회 주최 ‘Korea Healthcare Congress 2021’(KHC 2021)에서 국립대병원인 세종충남대병원에 서비스디자인을 적용해 길을 찾은 경험을 공유했다.
세종충남대병원 김현정 헬스케어센터장(피부과)은 온라인으로 진행된 대한병원협회 주최 ‘Korea Healthcare Congress 2021’(KHC 2021)에서 국립대병원인 세종충남대병원에 서비스디자인을 적용해 길을 찾은 경험을 공유했다.

최첨단 의료장비를 갖추고 감염관리를 강화한 ‘새 병원’이어도 환자의 ‘시선’이 담기지 않으면 ‘불편한 병원’이 될 수도 있다. 지난 2020년 7월 문을 연 세종충남대병원이 그랬다.

500병상 규모인 세종충남대병원은 최첨단 의료장비를 구축했으며 감염 관리를 위해 환자와 방문객, 의료진의 동선을 분리했다. 또 중환자가 신속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응급의료에 ‘원스톱 서비스’ 시스템을 적용했다. 최첨단 로봇수술실, 하이브리드 수술실, 복강경전용수술실, 격리(양·읍압)수술실, 외래환자 전용 수술실 등 모든 수술실은 천장에 각종 장비를 설치하는 팬던트 시스템을 적용해 의료진 동선을 최적화했다.

하지만 개원 초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환자들이 병원에서 길을 잃었다. 접수를 하고 진료과를 찾아가는 것조차 어려워했다. 세종충남대병원은 서비스디자인에서 ‘길을 찾았다.’ 다행히 관련 분야 전문가가 있었다. 서울의료원에서 ‘시민공감서비스디자인센터(HUDC, Human Understanding Design Center)’를 운영했던 김현정 피부과 교수다.

김 교수는 지난 10월 28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대한병원협회 주최 ‘Korea Healthcare Congress 2021’(KHC 2021)에서 국립대병원인 세종충남대병원에 서비스디자인을 적용해 길을 찾은 경험을 공유했다.

김 교수는 “고급 호텔이나 백화점 동선이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병원 내 안내판 등의 글씨가 잘 안보이는 구조였다. 길을 찾기 어려운 구조였던 셈”이라며 “병원에서 가장 큰 문제는 길 찾기다. 서울의료원에서 했던 프로젝트도 ‘왜 병원에서 길을 잃을까’였다. 병원에서는 길을 찾아야 진료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팀부터 구성했다. 13명으로 구성된 팀에는 한국디자인진흥원 관계자도 참여했다. 이들은 병원 곳곳으로 흩어져 일주일 정도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연령별로 특징을 분석하고 길을 찾기 힘든 이유를 파악했다.

그리고 ‘뒷통수 증후군’이라고 진단했다. 지하 1층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층으로 올라오면 바로 보여야 하는 접수·수납창구가 뒤에 있었다. 외래 진료실도 마찬가지였다. 1층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외래 진료실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을 때 환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순환기내과나 내분비내과, 소화기내과 등은 뒤쪽에 있어 보이질 않았다. 안내판에 어려운 용어도 너무 많았다.

구조를 바꿀 수는 없었다. 그래서 찾아낸 방법이 구조물과 번호를 이용한 안내였다.

세종충남대병원은 1,2층 기둥에 번호를 붙여 환자들이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출처: 김현정 교수 발표자료).
세종충남대병원은 1,2층 기둥에 번호를 붙여 환자들이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출처: 김현정 교수 발표자료).

김 교수는 “처음에는 천장에 안내판을 많이 설치하려고 했지만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하더라. 그러다 일본에서는 번호를 잘 이용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나이가 들수록 글씨보다는 숫자를 더 완벽하게 인식한다. 그래서 기둥에 숫자를 붙여서 ‘몇 번 기둥 옆으로 가세요’라고 설명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엉뚱하고 간단한 방식이지만 미관을 해치지 않고 환자들이 쉽게 길을 찾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1층으로 올라오는 에스컬레이터 앞에는 인공지능(AI) 안내로봇을 배치해 접수·수납창구를 안내하도록 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온 곳이 몇 층인지 모르겠다는 사람도 많아 바닥에 ‘해당 층은 1층입니다’와 같은 문구를 넣었다.

김 교수는 “서비스디자인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환자보다 직원이 더 편한 동선이이어서는 안된다”며 “단순히 길 찾기를 했다기보다 병원 전체가 환자를 위한 공간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마음가짐이 바뀐 것 같아 뿌듯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길 찾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건강검진센터인 ‘헬스케어센터’도 맡았다. 김 교수 스스로도 “어색했다”고 할 정도로 피부과 전문의가 검진센터장을 맡는 일은 흔하지 않다.

김 교수는 “준비 과정에 서비스디자인을 준비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환자의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검진센터를 만들라는 미션을 받았다”며 “검진만 받는 공간이 아니라 결과에 따라 외래 진료와 수술로 원활하게 이어질 수 있도록 연계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9월 15일 기준 세종충남대병원 헬스케어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1,000명 중 24%가 외래진료로 연계됐다.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30~50대 직장인 20명을 교수 2명이 상담해 분석한 결과를 반영해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김 교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해 논의하는 도중 ‘가까운 병원에서 최고의 서비스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니즈가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그래서 ‘아너스 클럽’을 만들었다”며 “헬스케어센터를 찾은 1,000명 중 100명이 아너스 클럽 고객”이라고 말했다.

건강검진복과 헬스케어센터 직원복은 실용성뿐만 아니라 ‘개인 SNS에 올려도 창피하지 않아야 한다’며 디자인에도 신경을 썼다. 검진 후 제공되는 죽과 빵에도 신경을 썼다.

김 교수는 “병원에서 서비스디자인은 숨을 쉬는 것과 같다. 우리처럼 작게 해결하겠다는 노력도 중요하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서비스디자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병원이 문제를 인지하고 식구들끼리 모여서 한마음 한뜻으로 해결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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