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료정책연구소, 국내 최초 ‘의사 감정노동’ 연구결과 발표
의사 감정노동 수준 평균 70.03점…감정노동자 평균보다 높아
전임의>개원의>군의관>봉직의>공보의>전공의>교수 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의사 5,563명을 대상으로 감정노동 수준을 조사한 결과, 평균 70.03점으로 다른 감정노동자들보다 높게 나타났다(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의사 5,563명을 대상으로 감정노동 수준을 조사한 결과, 평균 70.03점으로 다른 감정노동자들보다 높게 나타났다(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 의사들이 매우 높은 수준의 감정노동을 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 수준도 다른 감정노동자보다 더 높았다.

감정노동이란 실제 느끼는 감정은 통제하고 고객에게 맞춰 응대해야 하는 노동을 말한다. 주로 서비스산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감성노동자라고 해 왔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감정노동 문항을 포함해 실시한 ‘2020년 전국의사조사(KPS)’ 결과를 분석해 ‘감정노동의 시대, 의사도 감정노동을 하는가’란 연구보고서를 28일 발간했다. 분석에는 응답자 총 6,507명 중 진료 경험이 있는 의사 5,563명의 응답을 사용했다. 이는 한국 최초로 의사들의 감정노동 수준을 측정하고 분석한 결과다.

분석 결과, 한국 의사의 감정노동 수준은 평균 70.03점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2015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수행한 감정노동자 실태 조사 결과에서는 평균 61.56점이었다.

감정노동 구성 요소 중 내면행위가 평균 75.42점으로 가장 높았고 표면행위는 65.71점으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표면행위 중 타인 중심의 감정억제는 평균 68.94점, 규범에 의한 감정가장은 60.87점이었다.

진료과목 중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가 감정노동이 가장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과 전문의는 평균 75.77점으로 감정노동 수준이 가장 높았으며 감정노동 하위요소에서도 평균 점수가 제일 높았다.

그 다음으로는 재활의학과가 평균 73.31점으로 높았으며 이어 소아청소년과 72.26점, 피부과 72.12점, 신경과 71.33점 순이었다. 감정노동 수준이 가장 낮은 진료과는 응급의학과로 평균 66.70점이었다.

출처: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감정노동의 시대, 의사도 감정노동을 하는가’ 연구보고서
출처: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감정노동의 시대, 의사도 감정노동을 하는가’ 연구보고서

직역 중에서는 전임의(펠로우)의 감정노동 수준이 가장 높았다. 전임의는 평균 71.48점이어으며 이어 개원의가 70.70점, 군의관 70.52점 순이었다. 가장 낮은 직역은 교수로 69.32점이었으며 전공의가 69.43점으로 그 뒤를 이었다.

근무기관에 따른 차이도 보였다. 의원급에 근무하는 의사가 감정노동 수준이 가장 높아 평균 70.92점이었다. 이어 군대나 군병원에 근무하는 의사가 평균 70.58점으로 높았으며 의대 소속 의사가 70.27점으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는 상대적으로 감정노동 수준이 낮아 68.87점이었으며, 상급종합병원 소속 의사는 69.67점이었다.

또한 공공병원보다 민간병원에 근무하는 의사가 감정 노동 수준이 더 높았다. 사립의료기관 소속 의사는 평균 69.85점인 반면 국공립의료기관 소속 의사는 69.70점이었다.

성별에 따라 감정노동에 대한 인식 차이가 있었다. 의사 중에서도 여성(71.69점)이 남성(69.51점)보다 감정노동 평균 수준이 더 높았다. 여성이 감정을 내색하지 않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하고 있었다.

연령별로도 차이가 있었다. 30대 이하가 평균 70.78점으로 감정노동 수준이 가장 높았으며 연령이 높아질수록 감정노동 수준이 낮아졌다. 60대는 평균 67.42점으로 가장 낮았다.

출처: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감정노동의 시대, 의사도 감정노동을 하는가’ 연구보고서
출처: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감정노동의 시대, 의사도 감정노동을 하는가’ 연구보고서

연구진은 “의사들이 매우 높은 수준의 감정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내면행위 수준이 가장 높았다. 즉, 의사이자 전문직으로서 감정조절을 하기 위해 상당히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며 “반면, 의사로서 주어진 사회적 규범을 따르기 위해 감정을 가장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환자와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내면에 생기는 다양한 부정적인 감정을 병원 분위기나 원활한 진료를 위해 억누르고 참으려고 상당히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감정노동 결과가 의사들이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이는 환자뿐만 아니라 보건의료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연구결과 의사도 감정노동자라는 게 증명됐기에 감정노동자들에 대한 법적 보호제도와 일반 규정인 산업안전보건법에 적용돼야 한다”며 “법 외에도 의료기관 내에서 자체 내부 규정으로 감정노동을 일으키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즉시 진료를 중단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거나 감정노동 상태가 지속돼 그 강도가 높을 경우 의무 휴일제를 지정해 잠시 감정노동 환경으로부터 분리를 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은 “연구 결과, 한국 의사의 감정노동 수준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향후 의사의 감정노동 관리를 위한 현실적이고 다각적인 방안에 대한 후속연구와 국가의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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