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유철주 교수 "단순 비타민 K 결핍 등 오인하기 쉬워"
"적절한 치료 없으면 심할 경우 혈전으로 인해 시력상실까지 발생"

많은 희귀질환 환자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진단과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단백질 C 결핍증' 환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 질환은 혈전이 발생하기 쉬운 혈액 응고 질환의 일종으로 1981년 최초 보고됐다. 특히 단백질 C 결핍증의 일종인 '중증의 선천성 단백질 C 결핍증'은 신생아 400만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희귀유전질환으로 국내에서는 13명의 환자(2019년 국가통계포털(KOSIS) 기준)가 보고됐다.

단백질C 결핍증은 반복적인 정맥혈전증 및 정맥염이 나타나며 폐색전증을 동반하기도 하고, 이러한 증상들은 심근경색 혹은 뇌경색 등으로 이어지기도 해 질환의 위험성은 상당하다. 하지만 인지도가 낮아 진단과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본지는 '세계혈전의 날(World Thrombosis Day)'을 맞아 세브란스병원 소아혈액종양내과 유철주 교수를 만나 '단백질 C 결핍증' 국내 현황과 진단, 치료에서의 개선점 등을 들었다.

한편, 국제혈전지혈학회(International Society on Thrombosis and Haemostasis)는 혈전증 질환에 대해 세계적으로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대중에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10월 13일'을 세계혈전의 날로 제정했다.

세브란스병원 소아혈액종양내과 유철주 교수
세브란스병원 소아혈액종양내과 유철주 교수

- 단백질 C 결핍증은 어떤 질환인가.

우리 몸에는 혈전이 발생하면 용해 작용을 하는 대표적인 항응고인자인 '항트롬빈3', '단백질 C', '단백질 S'가 있다. 우리 몸에서 자연적으로 생기는 혈전용해제인 이 세 가지 물질이 제대로 작용해야 혈액 응고와 항응고 간의 균형을 잘 이룰 수 있는데, 이들 단백질에 문제가 생겼을 때 용해 작용을 하지 못해 혈전이 생기는 것이다. 

단백질 C 결핍증은 유전자의 결함으로 인해 단백질 C가 잘 만들어지지 않아 발생하는 유전 질환이다. 보통 유전질환이라고 얘기하면 부모에게 유전적으로 물려받았다고 생각하겠지만, 부모와 상관없이 아이가 생기는 과정에서 유전자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약 25%다. 즉, 단백질 C 결핍증 환자의 4분의 1 정도는 부모, 가계와는 상관없이 유전질환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 국내 단백질 C 결핍증 환자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단백질 C 결핍증의 유병률은 0.2~0.5%로, 중증 선천성 단백질 C 결핍증의 경우 400만 명 중 한 명꼴로 나타난다고 추정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신생아 출생률을 한 해 약 30만명으로 추정한다면 10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수치다. 

보통 '단백질 C'나 '단백질 S'는 평균 100 ng/dL 수치가 나오면 정상이라고 하는데, 중증의 단백질 C 결핍증은 정상 수치의 1%가 되지 않는(1ng/dL 미만) 경우이므로 매우 희귀하다. 그렇기 때문에 진단이 쉽지 않아 유병률, 발생률과 같은 정확한 통계가 어렵다. 

- 임상에서 최초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나.

중증의 단백질 C 결핍증은 선천적으로 생기는 질병인 만큼 태어나서 며칠 내에 증상이 발현된다. 혈전증은 혈관이 막혀 생기는 문제이기 때문에, 혈관이 지나가는 부위에 다 생길 수 있다. 혈관이 막히게 되면 혈액 공급이 잘 안 되다가 둑이 터지는 것처럼 결국 터지게 되기 때문이다. 통상 응급으로 혈관이 터진 경우와 출혈은 구별하기가 어려울 수 있지만 두 상황 간에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혈우병은 응고가 잘 안 되는 질환으로 관절 출혈 등으로 출혈이 나타나지만, 중증의 단백질 C 결핍증은 혈관이 막히면서 출혈이 전반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피부 곳곳에 멍이 든 것처럼 뿌옇고 크게 피부 자반이 나타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중증의 단백질 C 결핍증의 경우 이와 같은 증상이 태어난 지 일주일에서 열흘 내 나타난다. 다만 이같은 증상이 계속 심해지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기도 해서 처음 증상이 나타났을 때 (진단되지 않고) 놓칠 수도 있다. 패혈증 등 감염이 심한 경우가 아니라면, 피부가 퍼렇게 멍이 들더라도 어디 부딪혀서 생긴 것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간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 C는 비타민 K 의존 단백질의 일종으로 비타민 K와 관계가 있는데, 갓 출생한 아이들은 비타민 K가 결핍돼 있기도 하고 간 기능도 미숙하므로 병원에서 간다고 해도 비타민 K만 투여하고 증상이 괜찮아지면 간과되기 쉽다.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면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개 최초 진단 시 환자들은 7~8살 전후 아이들로, 멍이 좀 퍼렇게 들거나 아니면 근육에 출혈이 생겨서 부어오르는 혈종이 생겨 병원을 방문한다. 이 경우 먼저 혈액 응고, 출혈 인자를 확인하기 위해 '프로트롬빈 시간 검사(Prothrombin Time, 이하 PT)', '부분 트롬보플라스틴 시간 검사(Partial Thromboplastin time, 이하 PTT)'를 하는데, 이 검사 결과가 정상이라면 '단백질 C', '단백질 S'를 측정하는 검사를 시행한다. 이때 정량검사를 하는 것이 제일 확실한 방법이다. 단백질 C 결핍증의 경우 정량검사를 하면 단백질 C 수치가 매우 낮다.

- 단백질 C 결핍증으로 확진되면, 환자는 어떤 치료를 받나.

우선 '단백질 C 수치가 얼마나 낮은가'가 중요하다. 중증인지 경증인지에 따라 치료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증의 단백질 C 결핍증은 지켜보면서 필요에 따라 와파린, 헤파린, 아스피린 등 항응고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항응고 치료의 기준이 되는 국제표준화수치(International Normalized Ratio, INR)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만 약을 쓴다. 

하지만 단백질 C 수치가 1% 미만인 중증인 경우에는 이같은 약물로 예방하거나 완전히 조절할 수 없다. 예방요법을 쓰더라도 피부자반, 출혈 등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며, 심하게는 안구에 혈전이 생겨 시력을 상실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실제 본원에서 치료 중인 한 환자는 한쪽 눈에 혈전이 생겨 시력을 상실하기도 했다. 

이같은 중증의 환자에게는 혈장 수혈을 통해 단백질 C를 보충한다. 다만 일반적인 혈장에는 단백질 C가 매우 적어 일시적인 증상 완화만 가능할 뿐, 충분한 치료는 어렵다. 또 혈장을 수혈하기 전 검사를 하긴 하지만 바이러스 감염 등의 문제도 있을 수 있다.

최근에는 사람에서 유래된 단백질 C를 농축한 '사람단백질C농축액'이 국내 식약처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 받았다. 이 '사람단백질C농축액'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국내 단백질 C 결핍증 환자 수가 매우 적고, 중증에서는 적절한 대체제가 없기 때문이다. 항응고제 예방요법에도 조절이 안 되고 혈장 수혈로도 충분한 단백질 C 보충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사람단백질C농축액'이 유효하고 안전한 치료 옵션이라는 것을 인정받은 셈이다.

세브란스병원 소아혈액종양내과 유철주 교수
세브란스병원 소아혈액종양내과 유철주 교수

- 국내에서 단백질 C 결핍증의 진단이 더욱 확대되려면 어떤 점들이 개선되야 할까. 

현재 우리나라 산모들은 건강한 아이를 낳는 것에 매우 예민하기 때문에 산전에 많은 검사를 하고 초음파도 많이 찍는다. 하지만 단백질 C 결핍증은 초음파로 발견되지 않는다. 산전 검사는 물론 산후 신생아 유전자 스크리닝 검사에도 당연히 포함돼 있지 않다. 워낙 희귀한 질환이라 일반적 검사에서는 확인되지 않아 더욱 간과하기가 쉬우며, 때문에 더 예민하게 관심을 갖고 지켜 봐야한다. 

소아 혹은 출생한 지 얼마 안 된 영아에서 조금이라도 의심이 되는 출혈 또는 혈전, 멍과 같은 증세가 있다면 되도록 빨리 검사를 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진단을 위한 검사들은 1차 의료기관에서도 의뢰만 한다면 얼마든지 받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검사가 필요하다는 '의료진의 판단'이다.

단백질 C 결핍증은 다른 질환과의 감별이 굉장히 중요하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환자에서 피부자반, 출혈 등 증상이 나타났을 때 의료진들은 주로 패혈증, 간부전, 비타민 K 결핍증 등이라고 생각해 단백질 C 결핍증까지 생각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의심한 다른 질환이 아니라고 했을 때도 증상이 있다면 단백질 C 결핍증을 배제하거나 간과해선 안 된다. 조금이라도 출혈이나 응고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되도록 3차 기관에 의뢰하는 것이 좋다.

질환 인지도 제고를 위한 학계의 노력도 중요하다. 우리나라에도 대한혈액학회 및 한국혈전지혈학회 등이 존재한다. 대한혈액학회에서 혈전에 대해 다루기는 하지만 혈전지혈학회가 따로 존재하고 왕성한 학회활동이 진행 중이라는 것은 국내에서도 출혈성 및 혈전성 질환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국제혈전지혈학회에서도 10월 13일 '세계 혈전의 날'을 통해 혈전 질환을 강조하고 있다. 일반인뿐 아니라 의료진에게도 단백질 C 결핍증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자 하기 위함이다.  

- 치료 없는 진단은 무의미하다. 치료 부분에 있어 개선점은 무엇인가.

중증의 단백질 C 결핍증이 적절하게 치료가 되지 않는다면, 혈전은 어디든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뇌와 같이 중요한 장기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로 인해 뇌, 안구, 피부 등 심각한 출혈이 생길 수 있어 철저한 관찰이 필요하다. 중증의 단백질 C 결핍증은 병원에 오더라도 대개 응급실로 오는데, 그때는 항응고제를 먼저 사용한다. 최근에는 '사람단백질C농축액'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 받음으로써 허가 전이긴 하지만 증상이 심한 경우 사용할 수 있고 장애가 생기기 전 신속히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는 정식 허가가 아니며, 워낙 고가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크다. 또한 중증의 환자에서 (평상시) 예방요법으로 사용할 수는 있지만 워낙 고가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사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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