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세브란스병원 강성웅 호흡재활센터장, "호흡 재활은 환자 생명과 밀접 관심 필요"

“우리 환자들은 진료보는데 시간이 좀 걸립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 강성웅 센터장(재활의학과)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호흡재활 분야 최고 권위자 중 한명이다.

지난 2000년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처음으로 호흡재활치료를 시작했고, 2008년에는 병원 내 호흡재활센터를 설립했다. 올해는 센터를 설립한 지 꼭 10년이 되는 해다.

그는 근육병, 루게릭병 등 신경근육계질환 재활분야를 체계화했고, 독보적인 진료체계를 구축했다. 특히 호흡근육이 약해진 희귀질환자들의 기도를 절개하지 않고도 인공호흡기로 생활할 수 있게 하며 ‘숨 쉬며 산다는 것’의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해준 장본인이다.

강 교수가 강남세브란스에서 호흡재활치료를 시작할때만해도 호흡재활은 의사들에게도 다소 생소한 분야였다. 지금도 호흡재활에 대해 자세하게 알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호흡재활이라는 개념은 원래 있었습니다. 다만 호흡재활 중 극히 일부만을 알고 있었을 뿐입니다. 예전에 알고 있던 호흡재활은 호흡법을 가르치고 숨을 쉽게 쉬고 가래를 제거하는 등 물리치료 개념이었어요. 물론 이 역시 호흡재활의 일부분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를 포함해 평생 인공호흡기를 써야 하는 환자들의 삶의 질을 어떻게 높일 수 있는지 고민하고, 인공호흡기 없이 생존이 어려운 환자라도 삶의 질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게끔 하는 게 호흡재활이에요. 다리가 불편하면 지팡이나 휠체어를 사용하듯, 호흡근육이 약해진 환자들은 인공호흡기를 쓴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강 교수는 주로 신경근육계 희귀질환 환자들을 진료한다. 이들은 점차 호흡근육이 약해져 숨쉬기 힘들어지고, 어느 시점이 되면 결국 인공호흡기를 사용해야 한다. 예전에는 기도절개를 하고 인공호흡기를 24시간 달아두는 방법을 택했지만, 강 교수는 그렇게하지 않았다.

“기도절개를 하면 말을 할 수 없고, 행동에도 제약이 생깁니다. 호흡근육의 기능이 50% 이상 약해졌을 때 인공호흡기가 필요한데, 자기 근육으로 호흡할 수 있는 만큼하고, 부족한 부분만 인공호흡기의 도움을 받으면 되기 때문에 기도절개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당연히 환자들의 삶의 질도 그만큼 올라가는 거죠.”

실제로 강 교수가 진료한 환자들은 기도절개를 하지 않고 하루에 4-5시간 정도만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며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이들이 많다. 예전 같으면 포기해야 했던 공부도 할 수 있다보니 대학에 입학하고, 졸업하는 친구들이 늘었다.

환자들의 삶이 달라진 것이다. 이런 모습이 기특하고 대견해 6년 전부터는 한국의 '스티븐 호킹’들을 위해 축하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다.

지금은 호흡재활센터가 자리를 잡고 많은 병원에서 희귀질환자의 호흡재활하면 강남세브란스 호흡재활센터를 떠올리지만, 센터를 설립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호흡재활이 필요한 환자들을 꾸준히 보다보니 소문이 나서 환자들이 점점 늘었다. 진료뿐만 아니라 포괄적인 관리가 필요했다. 호흡재활센터를 설립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희귀질환은 의사가 환자를 보면 볼수록 병원은 적자를 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당시 병원도 센터설립의 필요성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지만 경제적인 부분이 걸림돌이었다.

“병원 내에서 해결하기 어려워 외부로 눈을 돌린 지 2~3년쯤 지났을 때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을 알게 됐어요. 당시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도 막 설립된 시기였고 희귀질환, 미혼모 자살예방 등의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더라고요. 알아보니 호흡재활센터설립 의도와 목적이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과 비슷해서 사업에 공모를 했죠. 다행히 재단으로부터 호흡재활센터 설립에 도움을 받고 2008년에 호흡재활센터를 열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재단으로부터 인건비 등을 지원받고 있어요.”

희귀질환자들의 편안한 숨 쉬기를 위해 센터를 설립한 지 10년째, 지금은 그동안 쌓인 노하우를 다른 병원에 알리고 있고, 더 많은 환자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꾸준히 다른 의료진과도 협력하고 있다.

신경근육계 희귀질환자들은 모두 어느 시점이 되면 호흡기를 사용해야만 하기 때문에 이 분야만 한정한다면 인공호흡기를 사용해야 할 환자는 1,500명~2,000명 정도다. 하지만 이들을 모두 한 곳에서만 치료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환자들이 거주하는 지역도 천차만별이고, 환자마다 치료단계도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해결하기 위해 호흡재활센터는 교육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해마다 의료인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으며 환자 및 보호자에게 교육을 실시하고, 방문간호사가 가정방문을 해 호흡재활 훈련법을 알려주고, 병원 치료가 필요한 경우 병원과 연계하기도 한다.

입원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위해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호흡전용병실도 만들었다.

“어느날 환자 한 분이 복도에 나와서 자고 있더라고요. 왜 나와서 자느냐고 물었더니 호흡기 소리가 시끄러워 다른 환자들에게 폐를 끼치기 때문에 나와서 잔다고 답하시더라고요. 실제로 호흡기 소리가 시끄럽기도 하고, 입원한 환자들은 여러 번 석션(흡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소음이 발생해요. 하지만 환자가 병원에 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된다면, 병원에 오길 아예 포기하게 됩니다. 그래서 호흡전용병실을 만들게 됐어요. 현재 호흡전용병실은 원무과를 거치지 않고 센터를 통해 곧바로 입원할 수 있고, 호흡재활이 필요한 환자들이 같이 병실을 쓰기 때문에 서로 이해해주고, 소음에 대한 스트레스 등이 훨씬 덜하다는 장점이 있죠.”

최근에는 핫-라인(Hot-line)사업도 추진 중이다. 핫-라인 사업은 의료진 간에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한 것으로 의료진도 근육병이나 신경계 질환 환자들의 호흡기를 어떤 식으로 관리해야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도움을 주기 위해 시작했다.

핫-라인을 통해 다른 병원 의료진과 호흡재활센터 의료진과 연결해 환자를 어떻게 케어할지 논의하거나 이송이 필요한 환자는 호흡재활센터로 연계할 수도 있다.

자칫 기도절개를 하지 않아도 되는 환자들이 기도절개를 하고, 삶의 질이 떨어지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 15년 동안 각 대학에 있는 재활의학과에 교육을 해왔고, 지방 희귀질환 거점병원(충남대병원, 화순전남대병원, 인제대 부산백병원, 칠곡경북대병원)과는 대략적인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다. 이번 핫-라인 사업은 보다 많은 환자들을 케어할 수 있도록 응급실, 소아과, 신경과 쪽과 네트워크를 형성할 계획이다.

호흡재활센터의 슬로건은 '관심이 희망입니다'이다. 호흡재활에 관심을 가지면 환자들에게 희망이 생긴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호흡재활센터의 슬로건은 '관심이 희망입니다'이다. 호흡재활에 관심을 가지면 환자들에게 희망이 생긴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실제로 강 교수의 환자 중에는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자매가 있는데 이 자매는 전동기를 타고 다니면서 장애인을 돕는 장애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보고 있으면 기특하고 대견하다고. 재작년에는 TV를 보다가 한 환자의 삶을 바꾸기도 했다.

“TV를 보다가 그 분을 봤는데 딱 보니 기도절개를 할 사람은 아니더라고요.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방송국에 연락을 했죠. 직접 방문해서 확인해보니 충분히 기도절개 없이도 인공호흡기 생활이 가능하겠더라고요. 병원 내부회의를 거쳐 그 분의 치료를 도와주기로 했어요. 기도절개한 것을 막아주고 인공호흡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죠. 그 분 소원이 다른 사람과 함께 노래하는 것이었는데, 결국 아이들과 합창을 하며 소원을 이루셨죠.”

인공호흡기를 사용해야 하는 희귀질환 환자들은 대체로 사지마비 정도가 심하다. 하지만 충분히 사회 구성원으로 제 몫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게 호흡재활이다. 현실적으로 치료비용 문제, 정부의 부족한 지원, 부족한 전문가 등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많다. 어쩔 수 없이 정책적으로 아쉬운 점도 있다.

“정부에서 희귀질환 환자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면서 환자들은 재정적으로 옛날보다 많이 좋아졌어요. 문제는 병원이에요. 호흡재활센터는 생명보험재단에서 인건비 일부를 지원받고 있고 다른 곳에서도 보조를 받고 있고, 희귀질환 환자 가족들이 후원도 하고 있어요. 또 호흡재활센터 직원의 2/3가 센터 자체가 마련한 외부 펀딩으로 월급을 주고 있죠. 그런데도 적자에요. 우리도 겨우 버티는데 다른 병원은 하고 싶어도 엄두를 못 냅니다.”

병원에서도 어느정도 수익이 보장돼야 비슷한 센터를 만들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 현재 국내에 희귀난치성질환자들을 위한 센터가 마련된 대표적인 병원은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 전남대병원 희귀난치성질환통합케어센터, 삼성서울병원 뮤코다당증센터 등이다. 이들 병원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의 지원으로 설립, 운영되고 있다. 병원 자체 운영이 어렵다는 증거다. 호흡재활센터도 외부 펀딩과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호흡재활은 생명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보험수가를 올려줘야 해요. 엄청난 지원을 바라는 게 아닙니다. 치과치료는 가산료가 30%가 붙습니다. 소아과도 8세 이하는 30%정도 가산이 돼요. 의사가 진료하기에 시간도 오래 걸리고 힘들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죠.”

강 교수는 희귀질환 환자 치료에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길 희망했다. 어느 정도 지원이 있어야 다른 병원들이 희귀질환자들을 위한 센터 설립을 고려할 기회라도 생긴다는 게 강 교수의 말이다.

“희귀질환 환자는 의료진이 환자를 침대 채 밀고 들어옵니다. 환자들이 말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 가족들이 듣고 이야기 해줘야 하기도 하죠. 시간이 오래 걸려요. 다른 치료분야에 가산료를 주는 정도만이라도 올려주면 병원입장에서는 센터 설립 등을 고려하는 기회가 늘어날거예요. 그것부터 시작돼야 이런 센터가 생겨나고 전문가가 더 생겨날 것입니다. 희귀질환 분야는 후학 양성도 힘들어요. 희귀질환을 보는 의사들은 연구와 논문, 월급에서도 모두 불리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호흡재활뿐만 아니라 마비환자 진료에 가산료가 붙고, 필요한만큼 전문가가 양성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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