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정형선 교수 “재활시스템 개편 위해 파격적인 수가체계 마련해야”

인구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재활에 대한 중요성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이미 국회에서는 재활병원을 종별 구분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등 관련 움직임도 활발하다. 하지만 아직도 어떤 식으로 국내 재활시스템을 개편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한병원협회 주최로 열린 정책세미나에서 '중간기 회복병원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를 주제로 발표한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는 중간기회복병원(Step-down Hospital)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정 교수는 현재 대한재활병원협회가 요구하고 있는 재활병원의 종별 분리와는 다른 입장이다.

종별로 분리하지 않더라도 어정쩡한 재활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들이 확실한 재활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파격적인 수가체계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게 정 교수의 지적이다.

이에 최근 원주에서 열린 한국보건행정학회 학술대회에서 정 교수를 만나 중간기 회복병원의 필요성과 재편방향에 대해 들었다.

- 국내 재활시스템 개편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

의료기관에 환자가 남는 방법은 급성기 수술을 받거나 회복기에 있거나 둘 중 하나다. 그 외에는 여러 시설로 가거나 지역사회로 돌아가는 방법뿐이다. 급성기 수술을 받은 환자가 바로 병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급성기 재활, 회복기 재활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일본의 경우 일으키다는 의미의 ‘리상’이라는 말을 써서 리상재활이라는 말을 쓰고, 리상재활이 가능한 제도를 도입했다. 일단 환자를 일으키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 이런 재활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당장 해야할 일은 무엇인가.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은 재활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을 구분하는 것이다. 일반병원과 재활병원의 경우 아예 재활병원이 되거나 병원 내 회복기 재활병동을 두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회복기 병동 가산 입원료를 적용해야 한다.

문제는 현재 약 1,400여곳에 달하는 요양병원이다. 이들을 적절하게 구분해야 제대로 된 재활서비스가 가능하다.

- 요양병원은 어떻게 분류해야 하나.

요양병원들은 제대로 된 재활서비스를 제공하면 재활병원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면된다. 재활병원으로 전환하지 않더라도 병원 내 회복기 재활병동을 둘 수 있도록 해 요양병원에서도 제대로 된 재활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재활병원으로 전환하거나 회복기 재활병원동을 통해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그에 맞는 적절한 수가를 보장해줘야 한다.

대부분의 요양병원처럼 재활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요양병원은 유지기 요양병원으로 남도록 하고, 이러한 이런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요양병원은 유지기 요양원이나 타 사업으로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

다만 유지기 요양원으로 가야 하는 경우 병원에 비해 병동 간격 등을 더 넓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시간을 주기 위한 유예기간을 줘야 한다. 타 사업 전환의 경우 행정조치 및 감산수가를 통한 퇴출을 유도해야 한다.

- 재활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그에 맞는 적정한 수가를 줘야 한다고 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평가가 수반돼야 할 것으로 보여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맞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가지를 봐야 하는데, 우선 관리하는 환자들의 중증도를 파악해야 한다. 두번째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평가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인력기준을 갖춰 기준을 지키는지 여부를 봐야 한다. 당연히 재활 후 어느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는지 여부도 봐야 한다.

일본의 경우 재활병원이 수가를 제대로 받으려면 이 환자가 지역사회에 어떻게 정착하는지 여부도 본다. 심지어 퇴원환자가 돌아가는 곳이 집이라면 집에 직접 방문해서 그 집 문턱까지 본다. 환자에게 불편하면 문턱을 없애줘야 제대로 된 수가를 받는다.

물론 이정도까지 가는 것은 마지막 단계다. 이런 단계까지 가기 위해 재활에 대한 수가를 제대로 줘야 한다. 그래야 유인책이 된다.

- 현재 국회 등에서 재활병원 종별 분리가 논의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요양병원이 종별 분리될 때 처음에는 별 의미없이 앞으로 고령화가 되니까 노인들을 위한 병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수십개 밖에 없었는데,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일당정액제가 실현되고 돈이 된다는 생각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한마디로 관리가 안된 것이다.

재활병원 종별 구분도 오죽 재활이 안되면 종별로 구분하려는 움직임이 있겠나. 그것을 하려는 사람들의 의도는 재활전문의가 행하는 재활서비스를 주로 제공하는 기관을 말하는 것 같은데, 내가 말하는 재활시스템은 그런 것은 아니다.

재활전문의가 주도는 하겠지만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이 매일 제공하는 재활시스템을 말하는 것이다. 종별 분리된 재활병원에서 이런 팀으로 움직이는 집중재활이 제공된다면 그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종별 구분 보다는 재활을 제공했을 때 주는 수가체계를 제대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수가와 관련해서 현재 우리나라는 건강보험도 있고 노인장기요양보험도 있다. 어떻게 구분해서 지원해야 하나.

일본의 경우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이 있으면 그 안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에 따라서 (우리나라로 기준으로 봤을 때) 건보에서도 주고 장기요양보험에서도 주는, 한마디로 기관기준이 아니라 서비스 기준이다. 이 때문에 일본 내에서도 혼란스럽다는 평가가 많이 나온다.

수가를 주는 것은 분명하고 깨끗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가를 시설을 기준으로 줘서 구분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좋다. 다만 아직 시설 간 (재활을 해야 하는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 간) 배치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이런 부분은 해결돼야 한다.

- 재활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한번에 되는 것이 아닌데, 어떤 단계가 필요한가.

마지막에 도달해야 하는 큰 그림을 그려놓고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 그게 계획이다. 우선은 요양병원들이 제대로 된 재활을 할 수 있게 수가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 수가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재활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을 만들어야 한다.

이미 일본에서 수많은 실험을 하고 있다. 이런 부분을 참고하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 제대로 된 재활서비스를 제공하면 제대로 된 재활수가를 주겠노라 먼저 선언해야 한다는 것인가.

신호를 줘야 한다. 제대로 하면 제대로 돈을 준다는 신호를 줘야 움직인다. 지금처럼 닭이 먼저나 달걀이 먼저냐를 논의하고 있으면 안된다. 공급자 입장에서도 제대로 된 재활서비스를 하려면 투자가 필요한데, 이를 뒷받침하는 수가를 주겠다는 신호가 없으면 전환하기 힘들다.

- 마지막으로 국내 재활시스템 구축을 위해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환자가 치료를 받는 모든 과정에서 재활은 필요하다. 전 의료체계가 재활과 연결돼 있다는 것을 재활전문의는 물론 다른 분야 의사들도 알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는 재활에 대한 감각이 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의과대학에서 배울 때 그렇게 배우지 않기 때문이다. 의학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빠른 재활이 회복 수준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알려지고 있는데 아직 몸에 베지 않은 것이다. 더 이상 이대로 방치하면 안된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