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전달체계 개선·일차의료 활성화 등 보건의료 생태계 변화 기대
원격의료 확대·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등 갈등 봉합 과제

19대 대통령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41.1%를 득표하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문 당선인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당선증을 받는 즉시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이에 따라 문 당선인이 내세웠던 공약과 그동안 각종 대선 토론회 등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했던 보건의료 공약이 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기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느냐, 죽느냐, 300병상 이하 중소병원

문 당선인의 보건의료 분야 공약을 만드는 데 앞장섰던 김용익 정책본부 공동본부장은 의료전달체계 재정립과 관련해 ‘의료기관 간 실력 격차 해소’와 ‘중소병원 문제 해결’을 강조한 바 있다.

김 본부장은 지난 4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의료전달체계 재정립을 위해 종별 의료기관의 실력 격차를 줄여 환자들로부터 1·2차 의료기관이 신뢰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면서 “이와 함께 대형병원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겠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공급과잉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중소병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에만 신규 개설을 허가하고 퇴출을 원하는 병원은 손해가 발생하지 않게 시장에서 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전문병원 중심으로 기능전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차의료 활성화와 관련해선 “일차의료특별법을 제정해 1차 의료기관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의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재정 지원체계 강화를 위해 본인부담 감면 등 가산수가를 추진할 예정”이라며 “더불어 건보재정 낭비의 주범인 불법 사무장병원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정책이 실현될 경우 의료기관들 사이에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1차 의료기관의 경우 일차의료특별법 등을 통해 상대적으로 정부 지원을 많이 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일부 중소병원은 최악의 경우 시장 퇴출이라는 악재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 본부장이 의료전달체계 문제 해결을 위해 ‘300병상 이하 중소병원 문제 해결’을 지속적으로 언급해 왔고 ‘퇴출’ 가능성도 언급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재인 정부 하에서 300병상 이하 중소병원은 생존을 놓고 힘든 경쟁을 할 가능성이 크다.

보건의료계 직역 간 갈등, 정부 간섭 최소화?

보건의료계 내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직역 간 갈등에 대해서는 정부 간섭이 최소화될 가능성이 높다.

김 본부장은 국회 토론회에서 “직역 간 갈등문제는 스스로의 프로페셔널리즘으로 푸는 것이 원칙이라 생각한다”면서 “보건의료 5단체는 자율성을 가지고 있고 높은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 스스로 (갈등을) 풀어나갈 수 없는 집단은 전문집단이라고 할 수 없다. 스스로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복지부가 지속적으로 (갈등이 해소되도록) 노력하고 국회서도 일관성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복지부가 (직역갈등)문제가 불거지기 전 잡아 줘야하는데 곪을대로 곪은 상태서는 사실 (해결이) 어렵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보건의료계 내 직역 간 갈등 문제는 국민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대부분 직역에서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 많은 만큼, 실제 정부 간섭이 줄어들 경우 직역 간 갈등문제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의사에 대한 현대 의료기기 허용의 경우 의료계와 한의계 모두 국민건강을 이유로 불가와 허용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이를 직역 간 갈등으로 치부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면 문제 해결이 요원해질 수 있다.

원격의료는 어디로 가나?

문 당선인이 속한 더민주는 복지부가 원격의료 확대를 담아 정부 입법으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지속적으로 저지해왔다.

대선 전 마지막으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3월 22일)에서도 원격의료법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으며, 복지부가 원격의료란 용어를 수정하는 노력을 했음에도 더민주의 이같은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

원격의료에 대한 더민주의 반대 입장이 한번도 흔들린 적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문재인 정부의 복지부가 박근혜 정부 때처럼 원격의료 확대를 밀어붙일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최근 복지부가 보건의료정책실 원격의료추진단을 의료정보정책과로 변경, 정규직제화 하면서 복지부 내에서 원격의료 관련 업무를 지속할 최소한의 명분은 확보한 상태다.

더민주 역시 의료취약지 등에 대한 원격의료 확대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복지부에서 추진하는 원격의료는 의료취약지에 한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반면 국내 원격의료시스템 해외수출의 경우 문재인 정부가 이를 ‘차세대 먹거리’로 보느냐, 아니냐에 따라 추진 동력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부 내 보건의료분야 조직 확대, 득일까 실일까

문 당선인은 보건의료정책 위상 강화를 위한 공약으로 ▲복지부의 책임성과 전문성 강화(복수차관제 도입) ▲질병관리본부의 자율성과 독립성 확립(독립적 전문조직 개편) ▲사회보험에 대한 재정당국의 간섭 배제 및 국가 책임성 강화를 약속했다.

이같은 약속이 지켜질 경우 보건의료계에는 실보다는 득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복지부 내 복수차관제가 도입되면 차관 한명은 보건의료 업무를 전담할 가능성이 큰 만큼 다양한 보건의료정책에 무게감이 실리는 것은 물론, 그에 따라 보건의료계와 복지부의 접점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과정에서 보건의료계가 복지부의 보건의료분야 정책 생성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초기 관계 설정이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부 내 보건의료 관련 조직 확대 초기에 보건의료계가 정책 생성 파트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역량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오히려 보건의료정책을 꼼꼼히 챙기는 담당 차관에게 사사건건 간섭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정당국의 건강보험 간섭 줄이기, 의료계엔 기회

문 당선인이 약속한 사회보험에 대한 재정당국의 간섭 배제 및 국가 책임성 강화는 국민건강보험 재정 활용과 재정 충당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재정당국 간섭이 배제된다면 건보보장성 강화 결정 시 ‘투입되는 재정’ 보다는 ‘의학적 근거를 통한 치료 효과’에 방점이 찍힐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돈 생각 안하고 필요한 치료라면 국민에게 제공한다’는 기조를 유지한다면 그동안 의학적 근거가 충분함에도 비싸기 때문에 건보보장 항목에서 빠졌던 수많은 행위들이 보장항목에 추가되고, 이 과정에서 의학적 근거를 제시할 의료계 입김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문 당선인은 공약에서도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약속하며 ‘의학적 필요성이 인정된 비급여 진료의 보험적용 확대(본인부담 차등적용)’를 제시한 바 있다.

다만 이같은 정책이 의료계에 득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적정수가가 전제돼야 하는데, 이에 대해서도 문 당선인과 더민주는 지속적으로 저부담-저수가체계를 적정부담-적정수가체계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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