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쇄신이냐 해체냐’②…자격확인 못하고 책임 떠넘기기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위태롭다. 연일 계속되는 공단의 방만경영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공단이 건강보험료 징수와 건보 재정관리 부실 등의 책임을 외부로 떠넘긴다는 의혹만 커진다. 공단은 쇄신을 통해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겠다고 공헌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공단 해체를 주장하기도 한다. 이에 본지는 공단의 ‘쇄신 혹은 해체’를 주제로 7회에 걸쳐 기획기사를 준비했다. 그간 공단을 둘러싼 문제점을 점검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인지 짚어볼 예정이다.

 

 

[청년의사 신문 양금덕]

 

지난 7월, 의료계에서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을 고발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정부가 건강보험 부정수급 방지대책(이하 방지대책)의 일환이라며 요양기관에게 환자 진료 전 ‘건강보험 체납으로 인한 급여 제한여부’를 확인토록 했기 때문이다. 이를 거부하거나 확인하지 않고 진료비를 청구하는 요양기관은 급여비를 받지 못한다.

이에 전국의사총연합은 공단이 체납보험료 징수업무를 요양기관에 떠넘기고 있다며 이를 승인한 복지부장관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대전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앞서 전의총은 공단을 상대로 방지대책 취소청구에 관한 행정심판청구서와 집행정지 신청서를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대한의원협회도 이번 대책은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감사원에 국민감사 청구요청서를 접수하는 등 곳곳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급여제한자의 자격확인 업무는 의료기관의 고유 업무가 아닐뿐더러 이는 국민을 위한 협조사항이지 강제화할 법적 근거가 없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급여제한자를 진료했다는 이유만으로 급여비를 지급하지 않는다면 의료기관의 재정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더욱이 의료계는 급여제한자 대상이 확대될 경우 환자들의 진료권이 박탈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의료계, 재진 및 응급 시 진료차질 우려

건강보험료 장기체납으로 인한 급여제한자의 사전 자격확인은 정부의 ‘비정상의 정상화 추진계획’의 10대 분야의 핵심과제 중 하나로, 지난 6월 한 달 동안의 시범운영을 거쳐 7월부터 시행됐다. 골자는 건강보험 자격상실자 및 급여정지자 등 무자격자와 급여제한자에 대한 자격을 진료 접수 전에 확인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특히 ▲연 소득 1억원 초과 ▲재산 20억원 초과 ▲명단공개자 등 총 1,749명의 급여제한자에 대해서는 진료 시 요양급여비 전액을 환자 본인이 부담하도록 했다.

그러나 문제는 사전에 확인하지 않고 진료를 할 경우 급여비 지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병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초진, 재진 할 것 없이 내원하는 모든 환자의 자격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지난 8월 7일부터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으로 인해 의료기관에서도 전화 또는 인터넷 예약 시 주민등록번호 수집이 불가능해졌다. 그동안에는 주민등록번호 수집이 가능했기 때문에 초진, 재진 여부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고, 재진환자의 경우 자격확인이 전제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진료예약 시 급여제한자 여부를 추가로 확인하지 않아도 됐다. 또한 진료비를 선 납부하거나 영상검사 등 검사 예약 시 자격확인 절차가 생략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8월 7일을 기준으로 앞으로는 초진은 물론 재진환자들의 경우에도 일일이 진료는 물론 검사에 앞서 확인을 해야만 한다. 과거에는 없던 절차가 생김으로 인해 병원에서는 벌써부터 직원들과 환자간 충돌이 적잖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대학병원 관계자는 “사전 자격확인 절차가 생기면서 직원들과 교수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해 인지시키고 있지만 환자들은 여전히 내용을 몰라 추가적으로 일일이 설명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도 “초진 시에는 자격확인을 하지만 재진 시에는 별도의 접수창구를 거치지 않고 영상검사도 사전예약으로 검사만 받고 가기 때문에 자격점검이 안 된다”면서 “소수를 걸러내기 위해 불필요한 외래진료를 함께 받도록 할 수도 없고, 자격확인을 위해 무작정 기다리게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들이 병원을 이용할 때 가장 큰 불편 중 하나가 ‘긴 대기시간’이라 병원은 인터넷과 전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민원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데, 사전확인절차가 추가로 늘어나면 환자들은 불편함과 불쾌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일각에서는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의 경우 보험료 체납으로 인해 진료제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지금도 자격 조회 시 서버가 느려질 때가 있다. 최악에는 인터넷이 안 되거나 정전, WAN 공유기 인식오류 등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공단에서는 ARS를 통해 확인하면 된다고 하지만 그렇게 되면 대기시간이 길어져 환자들의 불만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모 병원에서 진료비를 미납한 환자가 응급처치를 제때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면서 “응급실에서 자격확인이 안 돼 급성심근경색 환자가 쓰러지는 상황이 생기지 않으라는 법이 없다. 이럴 경우 고스란히 병원에만 책임이 떠넘겨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인터넷 등 전산망 오류 시 확인 지연, 고령자 신분 확인 어려움, 시각 및 청각 장애인 자격 확인, 급여제한자의 진료권 박탈 등의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의료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같은 의료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예정대로 사전관리를 강행하고 있다. 오히려 적용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전체 급여제한자에 대한 자격확인이 가능해지면 사후관리 업무를 아예 없애겠다는 방침이다. 공단의 사후관리로는 체납보험료로 인한 건보재정 누수를 막지 못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체납관리도 못하며 다른 업무에만 군침

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6개월 이상 건강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은 급여제한자는 총 149만명으로 체납보험료는 1조8,378억원이다. 이들이 급여제한기간에 건강보험으로 진료를 받아 발생한 부당이득금은 2조7,146억원에 달한다.

공단은 급여제한자가 건보 진료를 받게 되면 부당이득금 환수와 체납보험료 징수를 독려하고 재산을 압류하는 절차를 밟는다. 하지만 실제 환수율은 겨우 ‘2.3%’에 그치고 있다. 급여제한대상자의 70%가 생계형체납자이기 때문에 압류조차 여의치 않다는 게 공단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납보험료 관리 부실 지적이 잇따르자 공단은 건보재정 안정화를 위한 부정수급 방지대책으로 ‘진료비 청구 시 자격확인을 의무화’하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건강보험 부정수급 방지대책의 일환으로 ‘진료비 청구 시 자격확인여부를 명시토록 해야 한다’는 안을 제시한 것이다. 복지부는 이를 토대로 의료계, 심평원 등 관계자와 회의를 하고 지금의 접수단계에서의 자격확인과 급여제한 방안을 도출해 냈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에 따르면 공단은 기존의 급여제한자 사후관리체계로는 건보 재정 누수를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심평원이 청구서식을 변경해 요양기관이 진료비를 청구할 때 급여제한자 여부를 명시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공단은 만약 요양기관이 자격확인을 하지 않으면 심사불능 처리를 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급여제한자에 대해서는 사후관리가 아닌 사전에 진료자체를 막음으로써 재정누수를 차단하겠다는 계획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당시 회의에서 심평원은 가입자의 보험료 체납으로 인한 재정누수를 요양기관의 진료비 미지급으로 해결해서는 안된다며 거부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날 회의에서는 진료 접수단계에서 현행 무자격자 자격조회처럼 급여제한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되 공단은 심평원에 무자격자와 급여제한자 DB를 제공, 사전점검시스템을 마련하고 점검결과를 익일 제공하는 형태로 건보 자격관리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회의 한 참석자는 “공단이 체납자 관리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사전관리를 도입하려는 취지는 나쁜 뜻으로 보지 않는다. 그러나 자격확인과 관리 업무를 청구단계에서부터 해야 한다는 시각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면서 “결국 심평원과 요양기관에 업무를 떠넘기겠다는 것인데 지금도 요양기관에서 자격확인을 대신해주고 있다. 자신들의 사후관리 능력 부족에 대한 책임을 요양기관에 떠넘기려 한다면 공단은 아예 존재할 필요도 없다”고 꼬집었다.

政 “체납보험료 12억원 납부 등 효과 뚜렷”

 

하지만 복지부와 공단은 사전자격확인으로 인해 보험료 징수 등 건보재정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의료기관의 99%가 제도에 참여하고 있으며 제도 시행 1개월 만에 사전 급여제한자의 47%가 미납보험료를 완납 또는 분할 납부했다는 것이다.

실제 공단에 따르면 7월 31일 기준으로 급여제한자 1,749명의 체납보험료는 170억9,700만원인데 이중 819명(12억7,900만원 상당)이 보험료를 납부했다. 완납을 한 경우가 151명(3억1,700만원)이며 분할납부가 321명(3억5,500만원), 기타 347명(6억700만원) 순이었다.

공단 관계자는 “그동안 보험료 체납액을 악랄할 정도로 받아왔지만 체납자의 절반이상이 보험료 5만원 미만의 저소득층이라 한계가 있었다”면서 “체납자 중 재산이 있는 이들에게라도 미납금을 받기 위해 우선 적용했다. 그랬더니 제도 시행 후 분할납부 등 보험료 납부자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급여관리실 정승열 실장도 “체납에 의한 제한자는 저소득층이라 수급권 보호차원에서 선급여하고 사후에 받는 걸로 했지만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사전확인절차를 도입한 것”이라며 “대부분의 요양기관이 잘 참여하고 있으며 제도 취지에 맞게 적용대상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선 체납 보험료를 납부하면 부당이득금 반환을 면제해주는 기간을 갖고 국민의 참여인식을 높일 것이며 자진납부기간을 통해 환자들이 진료에 제한을 받지 않도록 149만명(부당이득금 약 2조7000억원)에게 납부 고지를 안내했다”고 덧붙였다.

또 미비하지만 조회를 안 하는 요양기관을 대상으로는 “이달 중에 연락해서 계도해 나가고 10월경 효과를 분석해 소득기준을 낮추는 형태로 적용대상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 관계자도 “제도 시행 전에 급여제한자에게 개별 통지를 하고 요양기관 안내 포스터 등을 통해 홍보한 결과, 체납액을 납부한 경우가 많아 효과가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향후 대상자를 확대하게 되면 사후관리는 없어도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소수 음주자 때문에 모든 운전자를 단속?

그러나 제도 확대에 앞서 자격확인 프로세스의 개선 등 제도적 보완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의료전달체계에서는 사전 자격확인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행정적 대안과 보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의협 서인석 보험이사는 “음주운전자가 있다고 해서 전국 모든 도로에서 운전자들에게 음주여부를 단속하지 않는 것처럼 일부 체납자로 인해 모든 환자를 상대로 전수조사를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특히 병원을 찾는 이들은 고령자나 장애인 등 치료가 필요한 이들인데 행정적인 어려움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격확인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은 기본적으로 건보 대상자라고 인식하고 있는데 무조건 확인토록 하는 것은 의료기관과 환자간의 신뢰를 깨는 것”이라면서 “의료기관과 국민들의 협조 하에 자격관리업무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의총 정인석 공동대표도 “공단의 제일 큰 문제는 건보 체납자나 무자격자의 건보 진료로 인한 손해를 직접 청구해야 함에도 그동안 그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지난 2년간 6,000억원이 체납됐고 이중 80%은 결손 처리하는 등 업무 부실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마저도 의료기관에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원협회 윤용선 회장은 “체납보험료를 걷는 것은 당연히 공단이 해야 하는 업무이지만 그동안 본연의 의무를 다해왔는지 묻고 싶다”면서 “요양기관에서 자격확인을 하는 과정에서 자격변동 등 시차 등의 문제로 불일치하는 부분이 있을 것인데 그에 대한 대안은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상 확대 시 또다른 의료진입 장벽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체납자에 대한 분리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건강세상네트워크 박용덕 국장은 “건보료 체납자의 절반이상이 경제적 이유로 인한 체납인데 이들에 대한 급여제한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고소득자에 대한 체납액 징수와 별도로 저소득층에 대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단은 고소득자를 타깃으로 시작했다고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건보 재정에 입각한 제도다. 결국 의료급여에도 포함되지 못하고 건보에도 제외되는 이들은 기본적인 진료조차 못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과연 공단이 보험자의 입장에서 재정관리를 하려는 것인지 의심스럽다”며 “먼저 취약계층의 건보료 체납자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대책을 제시해야 진정성이 느껴질 것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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